담택
홍대/합정에는 라멘집이 정말 많은데 가격도 적당하게 형성되어 있고 다른 동네에는 한 두 개 있을까 말까 한 맛있는 라멘집이 꽤 많이 몰려 있다. 라멘 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라멘을 먹고 싶을 때는 홍대나 합정 쪽을 와서 적당히 네이버 지도에 라멘을 검색한 후 가까운 곳으로 가면 된다. 참고로 나는 돈코츠라멘보다는 시오라멘 파인데 돈코츠라멘은 먹고 나면 기름기가 많아서 그런지 소화도 조금 더부룩하게 잘 안 되는 느낌이고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고기육수의 맛이라고 느껴져서 잘 안 먹게 된다. 시오라멘은 그에 반해 깔끔하고 맑은 국물이라 국물까지 다 먹어도 부담이 없고 육수의 맛이 제각각이라 라멘집마다의 고유한 특색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담택은 미쉐린 가이드 2024에도 선정된 맛집이다.
합정역 인근의 한적한 골목길 한 켠에 위치한 소박한 라멘집이다. 이미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공간이지만 조원현 셰프는 담택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빈티지 소품으로 꾸몄다. 소박한 공간과는 달리 이곳의 시오 라멘을 비롯해 시오 라멘 베이스에 맛의 변주를 가한 각종 라멘 메뉴는 소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세련되면서도 깔끔한 수프의 맛이 꽤나 개성 있고 중독성 있는 여운을 준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맛을 개발하기 위해 우직하게 시오 라멘에 집중한 셰프의 라멘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맛이 담겨 있다.
합정 메세나폴리스 건너편에서 조금 내려간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골목이 음식점이 많은 골목은 아니라 그런지 이 동네 사람들 다 담택에서 웨이팅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담택 리뷰를 보니 평일에 가도 웨이팅을 한다고 하며 웨이팅 지옥 맛집으로 이미 정평이 난 곳이었다. 최소 한 시간 반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는 리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작은 라멘집 앞에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나는 애매한 시간에 갔는데도 앞에 15팀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라멘집이니 10분만에 후딱 먹고 나갈 것 같아 빠른 회전율을 기대하며 호기롭게 기다렸는데 웨이팅을 걸어두고 메세나폴리스까지 산책하는 시간 동안 2팀밖에 빠지지 않은 것을 보고 좌절했다. 내가 생각한 속도라면 한 5팀은 빠졌어야 하는데 말이다.
메세나폴리스에 간 김에 올리브영 쇼핑도 하고 설렁설렁 걷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3팀이 남았길래 곧 바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했지만 오산이었다. 거기서부터 30분은 추가로 기다린 것 같다.
🪄웨이팅 꿀팁이라고 하면 가게 바로 앞에 GS편의점이 하나 있다. 이 편의점에서 시원한 음료 같은거 하나 사들고 내부나 외부 테라스에 앉아서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면 웨이팅을 힘들게 하지 않을 수 있다.
영업시간
월~토 11:30~20:00, 브레이크 타임 15:00~17:00
일요일 휴무
위치
외관 모습
1층 건물이고 겉에서 보면 커보이지만 내부에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저 건물 가로길이의 절반정도이다. 앞에 테이블링 기계가 있어 웨이팅을 걸고 어디에서든 시간을 좀 보내고 오면 된다.
앞에 웨이팅을 할 수 있는 좌석이 있긴 하지만 웨이팅하는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건물 벽면에 부엉이가 그려진 패브릭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이 부엉이는 가게 내부에서도 계속 만나볼 수 있다.
메뉴판
테이블링으로 예약을 걸때 주문을 미리 해야 한다. 입장하면서 변경할 수 있다.
시오라멘 9,000원
유즈시오라멘 10,000원
주문!
사이드메뉴 중에 능이덮밥 (4,000원) 주문하려고 했는데 재료가 모두 소진되어 불가능하다고 했다. 맛있어 보였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가면 꼭 시켜 먹어 볼 것이다.
내부 모습
문 바로 앞에 있는 바 자리로 안내받았고, 테이블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래된 고택의 느낌이 나고 빈티지스럽지만 일본 느낌이 나는 귀여운 소품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실제로 일본인 분들이 일하시는 것 같았는데,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도 일본풍의 느낌을 어설프게 따라 하려는 것이 아닌 진짜 일본의 한 라멘집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자리에 착석하면 앞접시와 깍두기, 생강을 주신다. 처음에 무슨 항아리를 주시길래 뭔가 하고 열어보니 그 안에 깍두기가 아주 가득 담겨 있었다.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매번 깍두기에 가득가득 채워서 서빙을 해주시는 거라면, 이렇게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에서도 사장님의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드러나 좋았다. 깍두기는 집게를 사용해서 앞접시에 먹을 만큼 덜어서 먹으면 된다.
귀여운 소품들. 부엉이가 곳곳에 있다.
청소하기 힘들겠다...
깍두기도 맛있었다.
드디어 라멘이 등장했다. 내가 시킨 유즈시오라멘이다. 라멘을 받자마자 유자향이 확 났다. 나는 차슈를 추가했기 때문에 추가한 차슈가 별도 그릇에 담겨 왔다. 차슈가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 두툼하고 신선해 보인다.
이건 내 남자친구가 주문한 기본 시오라멘인데 유즈시오라멘과 겉으로 봤을 때 차이는 없고 유자향이 없는 대신 시오라멘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면발도 엄청 탱글탱글하다. 목살 차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래 쪽에 삼겹살 차슈가 숨어있었다.
차슈 추가는 필수다!
마지막 한 입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라멘 먹으면서 이렇게나 국물을 다 먹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밥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국물이 많이 남았다면 공깃밥을 말아먹어도 좋을 것 같다.
팔로우하고 있는 인스타인데 여기 라멘집에도 다녀갔구나.
총평
오래 기다린 시간이 무색할 만큼 너무나 맛있었고 웨이팅을 감수해서라도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맛집이었다. 이 근처 숱하게 라멘집을 다녀봤지만 가히 원탑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라멘이었다! 시오 라멘을 처음 접해보는 분이라면 기본 시오라멘을, 이 가게만의 특색을 느끼고 싶다면 유즈시오라멘을 주문해 보면 좋겠다. 아, 그리고 차슈는 무조건 추가해서 먹어야 한다! 안 하면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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